푸른환경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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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4-06 09:48

CO₂ 꽉찬 고속버스 ‘숨이 막힌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교통수단의 속도가 빨라지고, 외양과 구조도 밀폐식으로 규격화되면서 실내공기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는 탈 것들의 공기질이 실제 어떤 수준인지 확인하기 위해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우지훈 연구원과 함께 지난 3월16일과 17일 고속버스와 열차 등 장거리 교통수단을 직접 타고 공기질을 측정했다.

◇숨막히는 고속버스,탑승 상보=서울발 부산행 A고속 우등버스 1234호가 3월16일 오후12시3분 서울 강남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직후 실내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2181ppm이었다. 평상시 공기질 가이드라인 2000ppm을 이미 넘어섰다. 이후 CO2 농도는 꾸준히 높아져 12시57분쯤 최고치인 5500ppm에 이르렀다. 당시 모든 승객들이 잠에 빠져 있었다. 그 뒤 잠깐 눈을 떠보니 뒷좌석 쪽 천장의 해치(여닫이식 환풍구)가 열려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해치가 열리고 다소 시간이 지난 뒤 CO2 농도는 급격히 낮아져 1시23분쯤엔 2000ppm까지 떨어졌다.

천장 해치를 열어놓고 약 25분이 지난 뒤에만 CO2 농도는 1000ppm대로 낮아졌을 뿐 4시간15분의 운행시간 동안 평균 농도는 2507ppm였다. 평상시 가이드라인을 507ppm 초과한 수준이다. 우 연구원은 "외부공기 환기장치가 천장의 해치밖에 없다"며 "이만한 농도라면 두통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로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창에 사는 승객 이경자씨는 "오래 타면 두통을 느낀다"면서 "옛날에는 버스 창문을 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열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 중 하나=고속버스 졸음운전 대형사고는 운전자의 과로가 우선적 원인이다. 그러나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고속버스 구조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고속버스 실내공기는 대기 중 CO2 농도 350∼400ppm 정도보다 7∼8배 가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월13일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 앞에서 한꺼번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5중 추돌사고의 원인은 버스운전자 권모씨의 졸음운전이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가끔 배기팬을 돌려서 실내 공기를 배출시키지만 바깥 공기가 본격적으로 유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난방효율, 여름철에는 냉방효율을 높이느라 외부공조장치를 가급적 가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서는 차량 앞 송풍구에 의한 자연환기 외에도 적어도 시간당 한 번꼴로 외부공기 유입을 위한 강제 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통수단 공기질은 갈수록 더 나빠진다=철도공사 기술본부 고속차량팀 김진규 과장은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지형상 특성 때문에 터널구간이 많아 터널 진입 500m 전부터 객차 내부는 외부와 완전히 밀폐돼 실내 공기질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는 객차 내 승객들에게 이명현상과 소음발생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월17일 KTX 부산발 대전행 열차 안에서 측정한 CO2 농도는 출발직전 900ppm에서 두 시간 뒤엔 2800ppm까지 꾸준히 높아졌다. 우 연구원은 "외부 공기가 전혀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경우 외부공조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자주 가동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3월17일 오후 대전-서울간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천장의 외부 공조설비에서 바람이 나오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승객들이 순간적으로 춥거나 더운 것을 참지 못하고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자주 환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 가이드라인과 대안=환경부는 올 초 대중교통수단의 공기질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평상시 CO2 기준치를 도시철도는 2500ppm, 열차와 고속·시외버스는 2000ppm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느슨한 데다 운행 중인 객차에 대한 환기시설 기준 설정과 구체적 환기행동지침 등 실질적 개선 조치를 담지 못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