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환경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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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31 10:29

“못믿을 정부 아토피 연구, 부처간 개인플레이 탓”

글쓴이 : 최고관리자

정부가 국내 내노라 하는 아토피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연구·발표한 각종 아토피 영향성 조사에서 연이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병’으로 불릴만큼 천식·아토피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확산시키는 원인을 찾기 위해 각 정부기관이 내놓은 연구조사가 하나같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교실공기와 아토피 질환 연관성 연구’를 비롯해 올해 초 식약청이 발표한 ‘식품첨가물과 아토피 피부염 상관관계’ 조사까지 모두 아토피와의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 정부 위탁연구에 참여했던 연세의대 K교수는 “각종 아토피 연구조사가 학교문제는 교육부, 환경요인은 환경부, 질병이면 복지부 등 각각 분산해서 진행되다 보니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아토피 연관성 결과를 얻으려면 연구대상을 4만 명 이상으로 늘리고, 연구기간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9년으로 길게 잡아야 하는데 현 정부 시스템으로는 장기 프로젝트가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 교실 공기, 과자 첨가물≠아토피? = “학교 실내 공기 질과 천식·아토피 질환 간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환경공해연구소 소장)팀에게 의뢰해 1년 동안 실시한 ‘학교 실내 공기질과 환경성질환의 연관성 조사’ 최종 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대상 536개교 중 중점조사 대상 104개교에 대해 실내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그 오염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학교 실내 오염물질 농도 차이로 천식과 아토피에 대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없었다는 것.

다만 신동천 교수는 “현재 학교 실내 환경 자체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공단 및 대도시 등의 거주지역 환경이나 최근 공사여부 등 학교 환경의 변화, 가정에서의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환경과 어린이의 생활 패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조사기간이 1년에 불과한데다 정밀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질환의심군과 비교군 가구가 겨우 15명과 10명에 그쳤다.

연구팀 역시 “일부 정밀조사 및 가구추적을 실시한 제한적인 단면 조사이며, 학교 환경과 환경성 질환 간의 상관성 및 발생과 관련된 원인을 추적 조사하는데는 제한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식품첨가물 7종은 아토피피부염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식용색소적색2호, 적색3호, 황색4호, 황색5호, 차아황산나트륨, 안식향산나트륨, 글루타민산나트륨 등 7종의 식품첨가물과 아토피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이번 임상실험에서 식품첨가물을 직접 먹였을 때는 물론이고 이를 아토피 환자의 피부에 직접 주입한 경우에도 비교군과 두드러진 차이를 찾지 못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사실상 지난해 KBS ‘추적60분’이 방송한 ‘과자의 공포’로 인해 촉발된 식품첨가물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추진된 이번 연구 역시 조사기간이 8개월로 너무 짧아 수십 년 간 식품첨가물에 노출된 아이들의 실상을 담아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 복지부 등 ‘개인플레이’ 탈피해야 = 하지만 정부가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순간에도 천식과 아토피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천식은 산업화 이후 유병률이 약 5배나 늘었고, 아토피는 지난 3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의 비중이 1995년 16.3%에서 2000년 24.9%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 조사에서는 29.5%로 나타났다.

아이들 10명 중 3명이 아토피 환자인 셈이다. 천식 어린이는 전체의 8.0%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천식·아토피 질환 대책과 조사연구가 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등 3개 부처가 따로 따로 진행되면서 오히려 서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각 부처마다 천식·아토피를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복지부는 질병을 다루는 주무부처인 만큼 천식·아토피 질환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내놨고, 환경부는 이들 질환이 환경오염 요인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성질환이라서, 그리고 교육부는 천식·아토피로 고통받는 연령대가 대부분 오염물질에 민감한 어린이라는 이유로 각각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미 복지부와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안 제정을 놓고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복지부가 만성질환관리법을 통해 천식과 아토피를 다루고 있는데 부처 간 긴밀한 사전 협의없이 환경부가 환경보건법을 밀어붙였기 때문.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서로 다른 부처 간에 천식과 아토피 예방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선 샘플 숫자를 키우던가 연구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복지부-환경부-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천식·아토피와 식품첨가물, 실내공기와의 연관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