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5-15 16:42
|
[사설] 석면피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책임져야
|
 |
|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648
|
석면공장 근로자가 아닌 인근 주민의 석면 피해를 인정해 해당 기업이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부산지법은 그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옛 제일화학 주변에 거주하다 악성중피종으로 숨진 주민 2명의 유족들에게 총 1억3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2007년 석면공장 근로자에 대한 첫 배상 판결 이후 5년 만에 해당 기업에 주민 피해까지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잠복기가 20~40년으로 '조용한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석면은 관련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악성중피종이 인근 공장 석면으로 인해 발병했음을 인정하고, 방진시설 설치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것이다. 피해 범위를 공장에서 반경 2.1㎞까지 떨어진 지점까지 확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석면의 환경성 피해를 광범위하게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과실을 따지는 소송과 제일화학 측에 기술을 이전한 일본 기업에 대한 손배소는 기각됐다. 법리적으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향후 법적 다툼의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다양한 석면 대책을 시행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겨우 2007년에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석면의 수입·제조·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은 2009년, 석면구제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정부조차 석면의 위험성에 그만큼 무지하고 무관심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판결이 석면 피해 책임을 면제해준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피해 범위를 폭넓게 본 만큼 보건당국의 책임 범위도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부산은 전국 석면방적공장 14곳 가운데 9곳이 밀집돼 있었다. 중피종 폐암 석면폐 등 관련 질병의 발병 확률이 타지역보다 높다고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해당 주민들을 추적 조사해 조기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보건체계를 갖추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