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환경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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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3 18:02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올해 갑작스럽게 부상한 이슈 가운데 경제와 환경과 건강을 아우른 '새집증후군'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 신조어다. 새집증후군이란 새로 지은 집일수록 벽지, 바닥재, 페인트 등 각종 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쳐 입주자가 피부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새집증후군은 미국의 경우 이미 1980년대 문제가 제기됐으며, 일본에서도 1990년대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가 올 들어 갑작스럽게 이슈화됐다. 석유화학 문명이 만들어 낸 일종의 환경공해병인 새집증후군은 우리나라에서만 아직까지 정확한 환경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새집증후군에 대한 심각성은 몇 년 전부터 환경단체들과 관련 환경오염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가장 심각하게 이 증후군의 문제들을 발견해 낸 것은 올해부터다.

바닥 등 접착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문제

새집증후군의 심각성은 우선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 신축아파트 내부를 통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새집증후군에 대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은 "건축자재에서 방출돼 피부염, 천식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국내 신축 아파트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보다 최고 10배나 높게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LG화학기술연구원에 의뢰한 서울 강서구, 경기 파주 및 부천의 입주 전 주공아파트 9가구의 실내공기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측정보고서에 따르면,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는 9가구에서 모두 WHO 권고기준인 100㎍/㎥를 넘었다. 이중 부천의 한 가구의 경우 WHO 기준치의 5배가 넘는 503㎍/㎥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두통과 구토, 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 농도도 모든 아파트가 WHO 권고기준인 300㎍/㎥를 초과했다. 특히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선 WHO 권고 기준의 10배가 넘는 3,222㎍/㎥가 검출됐다.

한 의원은 "부천 송내지역 내 한 아파트의 경우 특히 기준치보다 최고 5배가 넘는 사례도 나타났다"며 "주공아파트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검출된 이유는 다른 지역의 아파트보다 방부재 처리가 된 나무자재가 마감재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아파트의 경우 바닥·벽지 접착제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가장 큰 문제이며 바닥에 사용되는 접착제는 포름알데히드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고 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공식 확인한 새집증후군

새집증후군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자 올 초 2월 환경부도 새 아파트가 '빌딩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연구원에 맡겨 벌인 '실내 공기질 공정시험 방법 도출 연구'에서 실내 공기질을 시범 측정한 결과를 밝혔다.

이후 정부는 새 아파트 등에서 발생되는 오염 물질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제정, 지난 5월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올해 5월30일 이후 허가를 받아 신축하는 1백 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시공자는 주민입주 전에 실내 공기질을 측정, 그 결과를 아파트 출입구 게시판 등에 입주 개시일 3일 전부터 60일 간 공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에 대한 실태조사와 외국 사례의 비교·분석 등을 통해 '신축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 기준'을 2005년 중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