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인 라듐을 다량 함유한 석고보드가 건축 내장재로 시중에 대량 유통됐음이 국감자료로 폭로됐다.이 같은 사실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반감기가 4500년이나 되는 라듐성분에서 발생하는 라돈가스는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이다. 자연상태보다 실내공간에서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소량만 검출돼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실내건축자재에 포함된 방사능은 자연상태에서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성에 비해 실내 거주 시간이 많은 주부에게서 폐암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대한폐암학회 발표(2007년)도 있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석고보드는 대부분 건축자재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라돈 가스가 전체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로 보고 안전 기준치를 현행보다 10배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석고보드가 20년 이상 사용돼 왔음에도, 정작 검사는 2000년 이후부터 실시돼 왔다. 그 와중에 석고보드 원료 및 생산 업체 침출수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일부 폐석고에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쉬쉬하며 유통시켜 온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끼칠 위험에 대한 체계적 실태조사는 물론, 규제장치도 거의 없다. 환경부가 2006년에야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을 마련해 방사능지수가 1.0을 넘지 않도록 했지만 이를 위반해도 인증만 취소될 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생활방사능규제를 위한 법률안도 1년 넘게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생활공간이 방사능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뒤늦었지만, 라돈 등 방사능 물질의 유통 및 분포에 대한 총체적 조사와 함께 규제에 관한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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