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환경산업연구소

라돈 (Radon) 과 방사능 문제

최근에 후쿠시마 1 원전 사고와 더불어 방사능에 대한 대중의 공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지만 사실 이 원전 유출 사고에서 나온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방사성 동위원소 가운데 하나인 라돈의 경우 국내에서도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대부분 일반인들은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라돈은 자연 방사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원소로써 사실 자연 방사선은 대개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안전하지 않다. 이에 방사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지식을 전하기 위해서 일전에 말한대로 별도의 포스팅을 마련했다.

1. 라돈이란 ?

라돈 (Radon) 은 원소 기호 86번에 해당하는 원소로 약자는 Rn 이며 우라늄으로부터 붕괴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방사능 동위 원소다. 라돈 원자는 영족기체로 (noble gas, 주기율표에 영족에 해당하는 기체) 같은 영족기체인 헬륨(He), 네온 (Ne), 아르곤 (Ar), 크립톤 (Kr), 제논 (Xe) 과 비슷하게 무색, 무취의 불활성 기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기에 인체에 무해할 것 같지만 라돈은 사실 인체에 상당히 유해하다. 그 이유는 라돈이 붕괴되면서 나오는 방사선 때문이다.

라돈은 1기압, 상온에서 가스 상태로 존재하며 끓는 점은 211.3 K (-61.85 ℃), 녹는 점은 202 K (-71.15 ℃) 이다. 단원자로 존재하는 라돈 가스의 밀도는 9.73 kg/m³ 로 해수면에서의 평균 공기 밀도의 8 배 정도이다. 밀도가 높기는 해도 대기중에서는 극미량 존재하면서 잘 확산되는 편이다. 다만 밀도가 높은 만큼 (상온에 존재하는 가스 중 가장 밀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주로는 지하층이나 낮은 곳에 농도가 더 높다. 이것은 라돈 환경 문제에서 특히 지하가 문제가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Electron shell diagram for Radon, the 86th element in the periodic table of elements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Author: Pumbaa (original work by Greg Robson) )

라돈의 동위원소는 모두 36 가지로 질량수 193 에서 228까지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라돈 - 222 (Rn - 222)이다. 라돈 222를 제외한 동위원소들은 대부분 반감기가 매우 짧으며 사실 반감기가 가장 긴 라돈 222 조차 3.8 일에 불과한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약 지구가 생성될 때 생긴 라돈이 있다면 현재는 측정 가능한 수치 만큼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라돈이 환경 문제로 심각하게 지목할 만큼 많이 있다는 점은 차차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라돈이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미리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 라돈은 주로 우라늄의 방사능 붕괴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 붕괴 과정을 그림으로 쉽게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우라늄 238 에서 부터 시작하는 붕괴 반응. 최종적으로는 가장 안정한 납으로 붕괴되며 라돈은 그 중간 과정에서 라듐 이 붕괴되어 발생한다. 라돈이 붕괴되면 폴로늄이 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Tosaka )

라돈은 특히 우라늄 광산등에서 많이 발견되며 최초 유해함을 알게 된 것도 우라늄 광산에서였다. 그러나 사실 지구 지각 어디에서나 라돈 가스를 발견할 수 있으며 단지 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라돈은 라듐의 알파 붕괴 (Alpha decay) 에서 발생하며 역시 주로 알파 붕괴를 통해 폴로늄으로 변한다. 참고로 알파 붕괴란 알파 입자를 내놓으면서 원자가 다른 원자로 변하는 방사능 붕괴를 말한다.

(알파 붕괴의 모식도. 알파 입자는 헬륨 원자핵과 동일한 두개의 양성자와 두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I, the copyright holder of this work, release this work into the public domain. This applies worldwide.)

2. 라돈의 폐암 발병 기전

앞서의 설명만 들으면 이 기체가 왜 인체에 유해한지 잘 알기 어렵다. 라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에 대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동위 원소 중 가장 흔하며 인간이 호흡할 때 폐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알파 입자의 인체에 대한 투과성은 매우 좋지 못하여 피부도 뚫기 어렵다. 베타 입자는 피부는 뚫을 수 있지만 깊게는 들어갈 수 없으며, 감마 선의 경우에만 인체를 완전히 투과할 수 있다. 따라서 라돈이 체내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렇게 유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돈의 문제는 공기중에 포함되어 있다가 우리가 숨을 쉴 때 폐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무색 무취의 불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정작 숨을 쉬는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라돈이 일단 폐안으로 들어오면 3.8일의 반감기를 거쳐 주로 두가지 물질 - 폴로늄 218 과 폴로늄 214 로 붕괴된다. 사실 폴로늄이 라돈 자체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런 방사선 동위원소들은 폐와 기도에서 주로 알파 선과 일부 감마선의 형식으로 주변 조직 세포의 DNA 에 영향을 준다. 이들이 내는 전리 방사선 (ionizing radiation) 은 DNA 를 파괴/손상 시키기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인체에 유해하다. 본래 생명체는 끊임없는 방사선의 위험속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이를 복구할 수 있는 수단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00% 완벽하진 않아서 결국 전리 방사선에 의해 암이 유발될 수 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이전 포스팅을 참조 하시기 바란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4327586 )

아무튼 이렇게 기도 및 폐포의 조직에 방사선 손상이 누적되면 장기간에 걸쳐 폐암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40년대부터 시작된 우라늄 채광 산업 때문이었다. 당시 우라늄 광산에서 일한 광부들이 장기간에 걸쳐 폐암 발생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우라늄 때문이 아니라 우라늄의 붕괴 과정에서 나온 라돈 때문이었다.

(라돈 및 라돈 붕괴 물질의 노출량과 폐암의 위험도를 비교한 11개 코흐트 연구를 종합한 것. 서로 정비례 관계 에 있다. Relative risk of lung cancer mortality by cumulative exposure to radon decay products (in WLM), and fitted adjusted linear ERR model, from the combined data from 11 cohorts of underground hard rock miners with the exposure limited to <400 WLM (Lubin et al., 1995). Error bars show the 95% CI for each exposure group. This file is ineligible for copyright and therefore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consists entirely of information that is common property and contains no original authorship. )

사실 라돈의 농도가 가장 높은 장소 가운데 하나는 광산이다. 꼭 우라늄 광산이 아니어도 지하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 자체가 라돈의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오래전 부터 광부들에게 발생하는 질환 (나중에 폐암으로 알려졌다) 이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기에는 라돈이 그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오늘날 우라늄 광산들은 환기를 포함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라돈 수치를 지상 만큼 낮추도록 하고 있다.

아무튼 잇따른 연구에서 라돈이 폐암의 원인인자로 지목되자 환경에서의 라돈 문제가 진지하게 고려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 인자는 흡연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폐암의 원인 인자는 라돈이다. 전체 폐암 환자의 3 - 14% 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미국에서는 연간 21000 명이 라돈에 의해 폐암이 유발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3. 환경에서의 라돈 농도

라돈 문제가 최초로 우라늄 광산에서 보고되었지만 라돈은 결코 우라늄 광산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기체가 아니다. 지구상 어디든지 라돈을 검출할 수 있으며 다만 그 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지구는 그 자체로 거대한 사용후 핵연료봉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내부의 대부분은 뜨거운 맨틀과 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차가운 지각은 극히 일부 껍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지구 대부분을 높은 온도로 유지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은 바로 방사선 동위 원소의 붕괴열이다.
이점을 고려해 보면 지구 지각에도 방사선 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 붕괴과정에서 라돈 같은 유해한 물질이 나올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사선 동위원소의 분포는 사실 지역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 방사능 (Natural Background Radiation) 이 지구상 어디나 동일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인 자연 방사능은 평균적으로 연간 2.4 mSv 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실제로 각 개인들의 자연 방사능 피폭량은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자연 방사능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 태양을 제외한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그리고 지구 자체의 방사선과 라돈이다. 이 중에서 자연 방사선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라돈이다. 대략적으로 전체 자연 방사능 중 라돈이 자치하는 비중은 평균 40 - 50% 정도다.

(평균적인 독일인이 1년간 받는 방사능의 양. 전체의 절반 이상이 라돈에 의한 것이다 This file is ineligible for copyright and therefore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consists entirely of information that is common property and contains no original authorship. )

자연 방사능 중에서 라돈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내는 까닭은 간단하다. 방사선 동위원소의 분포가 지역과 지질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 라돈은 암석에서 나오기 때문에 해안가나 바다에서는 라돈의 농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일부 내륙 지대는 상당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 세계 전체의 라돈 농도 분포. 주로 바다와 해안가는 낮으며 내륙일 수록 높지만 실제로는 내륙이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Mean concentration of radon in the atmosphere. This file is ineligible for copyright and therefore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consists entirely of information that is common property and contains no original authorship. )

라돈 농도는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 환경에서 높은 데 이는 라돈의 높은 밀도에 기인한다. 한가지 놀라운 일은 1984 년에 있던 Watras 사고다. 스탠리 와트라스는 핵발전소 근로자였는데 허용치 이상의 방사능으로 인해 조사가 되었던 케이스이다. 그를 조사 한 결과 핵발전소에서 이 정도 방사능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없었으며 외부에서 노출되었다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그의 집 지하실을 조사할 결과 100,000 Bq/m³ (2.7 nCi/L) 이라는 일반 주택에서는 경이 적인 농도의 라돈이 검출되었다. 그의 집에서 거주하는 것만으로 하루 135 개의 담배를 피운 것만큼의 폐암 유발 위험이 있었다. 폐쇄된 지하에 라돈 농도가 매우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라돈의 농도는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그리고 지하에서 좀더 높다. 현재 라돈 농도의 일반적인 기준치는 실내에서 160 Bq/㎥ (4 pCi/L) 이다. 참고로 만약 1000 Bq/㎥ 의 라돈 농도에서 계속 생활한다면 연간 80 mSv 의 방사능 피폭을 받는 셈이다.
여러 연구에서 150 Bq/㎥ 이하의 라돈 농도는 폐암 위험 증가와 연관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 사람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같은 장소에서만 지내지는 않는다. 직장에 출근하거나 혹은 주말에 여행을 가든지 간에 한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오늘날 매우 커졌다. 따라서 라돈에 대한 노출 정도를 정량화 하기 위해서 WLM ( working level months) 라는 개념을 도입해 실제 라돈의 노출 정도를 비교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더하는 것은 오히려 이해에 방해가 되므로 줄이기로 한다.

아무튼 이렇게 자연 방사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라돈의 농도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높은 라돈 농도로 인한 폐암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알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4. 라돈 억제 대책

사실 라돈 이외의 자연방사능도 몸에 해로울 수는 있다. 하지만 지구를 떠나지 않는한 지구 자체의 방사능을 피할 수 없으며 태양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태양의 방사능을 100% 피할 방법은 없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가능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라돈은 다른 자연 방사능에 비해 그 수치가 높을 뿐 아니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주요 보건 문제로 간주한다.

미국의 환경 보호국 (EPA) 는 실내 라돈 농도 기준을 앞서 이야기한 대로 160 Bq/㎥ (4 pCi/L)로 권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자국내 라돈 지도를 작성해서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은 건물을 지을 때 라돈 저감 시공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우라늄 광산을 포함한 광산에서는 환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라돈의 농도를 낮추도록 하고 있다. 라돈은 주로 토양과 암석에서 나오므로 여기서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밀폐 공법을 하면 라돈 수치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아래 지도는 미국내 라돈의 농도가 기준치 이상인 가구의 비율을 표시한 것으로 현재도 미국에서 15 가구 중 1 가구는 라돈 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다.
(4 pCi/L 기준치 이상의 라돈 농도를 보이는 주택의 비율을 표시한 것. This image is a work of an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mployee, taken or made during the course of an employee's official duties. As works of the U.S. federal government, all EPA images are in the public domain. )

현재 국내에서는 2013년까지 목표로 라돈 지도가 작성 중에 있다고 한다. 또 환경부에 의하면 2009년 학교와 관공서 1100 곳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 8.8 % 에 달하는 곳이 라돈 농도가 기준치 이상이고 일부 지역은 기준치의 6배 이상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환경부에서는 선진국에서 이미 행해지는 라돈 저감 시공을 포함한 실내 라돈 저감 사업을 전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하지만 대중의 인식부족과 시공 전문가 부족으로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참고로 환경부에서 배포하는 실내 라돈 저감 홍보물은 여기서 받을 수 있다. ( http://me.go.kr/inform/dev/dev03_list.jsp?id=inform_03_01&mode=view&idx=170831 )

환경부는 라돈 문제에 대해 홍보하고 환기 및 라돈 저감 시공등을 권장하려 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대중의 인식부족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라돈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 생각으론 최근에 우리 나라로 날아온 일본 원전의 방사성 동위 원소의 양은 우리가 항상 노출되는 라돈의 양에 비하면 사실 미미한 양에 불과하며 그것도 항상 노출되는게 아니라 극히 짧은 시간 노출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로 인해 라돈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라돈의 국내 실태 자료와 라돈 지도가 완성이 되면 구체적인 규제안과 권고안이 마련되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보다 널리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모르지만 충분히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는 일을 단순히 무지로 인해 모르고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사는 지역의 라돈 농도가 기준치 이하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불행히 상당히 높다면 실내 환기등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또 새로 세우는 건물이나 기존 건물의 지하실 등의 라돈 수치가 높다면 라돈 저감 공법 (주로는 라돈이 스며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 혹은 환기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