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자동차'에 현대 투싼 포함 … 현대차 "미국은 관련 기준 없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들의 실내공기 질이 '최악'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물질이 많이 검출됐다는 뜻이다.

◆카렌스·쎄라토·카니발도 '유해차량' 반열에 = 유해물질 전문 조사기구인 '헬시스터프(healthystuff.org)'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 중 실내공기 유해성이 가장 높은 제품 중 하나로 현대 투싼이 꼽혔다. 투싼은 유해도 점수 4.1을 기록, 셰비 아베오(4.9), 미쯔비시 이클립스(4.7)에 이어 세 번째로 공기 질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공기 질이 좋은 차로는 폰티악 G5(0.6), 셰비 코발트(0.7), 도요타 코롤라(0.6) 등이 꼽혔으나 한국 차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차종 별로는 △미니밴 부문에서 기아 카니발(미국명 세도나)이 2.6점을 받아 도요타 시에나(2.1)와 함께 최악의 차로 선정됐다. △SUV 부문에서는 현대 투싼(4.1)과 포드 엑스퍼디션(3.4)이 △스테이션웨건 부문에서는 기아 카렌스(미국명 론도)와 마쯔다5, △패밀리세단에서는 기아 쎄라토(미국명 스펙트라)가 포드 퓨전과 함께 최악의 차로 기록됐다.


◆현대자동차, 프탈레이트 농도 '최고수준' = 이 평가는 미국 내에서 시판중인 자동차 700종의 검사결과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이뤄졌다. 핸들, 대시보드, 팔받침, 시트, 카펫 등 11개 내장재 부품에 대해 X선 형광분석법(XRF)을 실시, 브롬·염소·납 등의 주요 독성물질의 농도를 분석해 점수화했다. 이들 물질은 알레르기, 선천성 결함, 학습장애, 간 독성, 암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브롬은 주로 플라스틱의 내열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브롬화난연제(PBDE)에 들어간다. 기억력, 생식 등에 악영향을 준다.

염소는 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인 PVC에 들어가는데 PVC에는 출산, 갑상선, 고환, 신장, 혈액 등에 유해한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돼 있다. 뇌, 신장, 신경 등에 유해한 납 역시 자동차 플라스틱에 자주 쓰인다.

비영리 환경기구인 '생태학센터(Ecology Center)'에 따르면 현대차 제품의 경우 PBDE 농도는 입방미터당 0.052μg로 볼보, BMW, 혼다 등 13개 주요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프탈레이트 농도는 24μg로 볼보(3μg)의 8배, 포드(10μg)의 2배 이상을 기록,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은 아직 자동차 실내공기질에 관한 기준이 없는 상태고 국내 권고기준도 최근에야 만들어졌다"며 "접착제 등 자동차에 쓰이는 주요 석유화학제품을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꾸준히 대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차 실내공기질 기준 미흡" = 정부는 새차증후군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7월 '신규제작자동차 실내공기질에 대한 권고기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관리 물질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 에틸벤젠, 스티렌 등 6종에 불과하며 일부 물질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기준이 느슨하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팀장은 "EU 수준의 유해물질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며 "유해물질에 대한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예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