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4-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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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공기오염 리포트]] 1호선 서울역, 대기중 납 농도의 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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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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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되면 장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납이 지하철 승강장 미세먼지에서 다량 검출됐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6개 역사의 승강장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무려 5곳에서 납이 검출된 것은 서울시내 상당수 지하철 역사가 납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더욱이 지하철 승객은 물론 승무원들이 납이 함유된 미세먼지를 버젓이 흡입하고 있는데도 납이 측정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한 번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기질 중에 함유된 납의 경우 호흡기를 통해 곧바로 폐에 흡착되는 데다 호흡을 자주 하는 까닭에 음식물보다 중독 가능성이 한층 높아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내공기질 중 납에 대한 기준 부재=세계일보 기획취재팀이 주요 역사 6곳을 임의로 정해 미세먼지에 대한 납 성분을 검사한 결과 무려 5곳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중 1호선 서울역(4.8㎍/㎥)을 비롯해 4호선 충무로역(3.2㎍/㎥), 3호선 을지로3가역(2.5㎍/㎥), 1호선 시청역(2.3㎍/㎥)이 상당히 짙은 농도를 보였다. 이는 서울의 봄철 대기 중 납 농도가 평균 0.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역의 경우 무려 30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참고로 대기환경보전법상 대기 중 납 오염도 환경기준은 3개월 평균 1.5㎍/㎥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당한 농도의 납이 검출됐는데도 이에 대한 아무런 정부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납 성분에 대한 측정방법의 어려움과 높은 측정비용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실내공기질관리법상 측정대상에 납 오염도를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미세먼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이뤄졌으면서도 납에 대한 연구는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미세먼지에서 납을 검출한 가톨릭대 환경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지하역사 미세먼지에 중금속인 납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민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금속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내공기질관리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내 납의 심각성과 오염원=납 중독은 일반적으로 오염된 공기나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는데 음식물보다 공기로 인한 중독이 한층 심각하다.
단국대 권호장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와 결합돼 체내로 흡입되면 음식물로 들어올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이 체내에 축적된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하공기질의 납 오염원을 밝히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정재렬 박사는 “오염원이 자동차 매연 등에 의한 외부 공기일 수도 있고 전선피복제와 같은 실내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휘발유 첨가제와 배터리, 매연 등에서 납이 많이 검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공기로 판단할 수 있지만, 페인트나 전선 피복제에도 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납 중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의하면 공기질 중 납은 대부분 에어로졸 형태이며, 흡입한 에어로졸의 20∼60%가 기관에 침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표준적인 신체의 성인남자의 경우 호흡주기는 분당 15회인데 이때 0.09㎛크기의 에어로졸 납은 24%가 침착되며 0.02㎛ 크기는 68%가 침착된다.
인체로 들어온 납은 전신에 분포하지만 특히 혈관을 통해 뼈에 모여서 90% 이상이 뼈에 축적된다. 이에 따라 성장기의 어린이 체내에 납이 축적될 경우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뼈 성장을 심각히 저해하게 된다. 신체발달이나 지능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각종 언론을 통해 어린이에 대한 납 중독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권 교수는 “중금속인 납이 급독성 물질은 아니어서 단기간 내에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납에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실 경우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하역사에서 하루종일 근무하는 신문가판대 상인이나 지하철 승무원 등은 오랜 시간 납에 오염된 공기에 노출돼 훨씬 중독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립대 김신도 환경공학과 교수는 “납에 오염된 지하공기에 오래 노출된 지하철 근로자나 상인들은 빈혈 등 혈액계통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지하역사 공기질에서 납이 검출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며 “관계기관과 협조해 빠른 시일 내에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하공간의 오염원이 외부 대기질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실내공기질 측정대상에 납이나 크롬을 넣는 방안을 환경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부 기획취재팀
취재 어떻게 했나
하루 20만명이상 이용역등 15곳 선정
6개 역사는 사상처음 납 오염도 조사
본보 취재팀이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탐사보도를 시작한 것은 서울시가 지난 2월 지하철 역사 미세먼지에 대해 발표한 직후였다. 당시 서울시는 공기질을 특별관리하는 35개 역사에 대한 미세먼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하역사의 공기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울시의 발표자료에는 1호선 종로3가역, 2호선 신도림역 등 정작 하루 평균 2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역사가 상당수 누락돼 있었다.
당시 취재팀은 이같은 사실을 즉각 보도〈세계일보 2월 21일자 8면〉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누차 공기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하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이 이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확인키로 했다. 이에 취재진은 하루 평균 2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역사 12곳과 오염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3곳 등 모두 15곳의 미세먼지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취재 중 환경부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이 24시간(시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포함) 동안 승강장과 대합실의 평균치를 내도록 돼 있고, 서울시가 이를 기준으로 공기질을 측정한 뒤 실내 공기질이 개선된다는 발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재팀은 보다 정확한 오염실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찰구를 통과한 뒤 전동차가 올 때까지 승객이 주로 머무르는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미세먼지 중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까지 한번도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착안해 6개 역사를 정해 미세먼지에 함유된 납의 농도를 측정키로 했다.
그러나 막상 취재에 나서면서부터 여러 ‘복병’을 만나야 했다. 우선 공기질 측정대행업체들이 선뜻 나서주지 않았다. 서울시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용역을 받는 업체들로서는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행히 대한산업보건협회가 공기질 측정을 맡아주어 지하환경 실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관계기관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다. 대한산업보건협회가 환경부 지정 공기질측정대행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의 직원들은 측정장비나 측정법, 측정장소를 놓고 사사건건 간섭했다. 심지어는 측정기 주변에 물을 뿌려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공기청정기를 가져다 놓는 괴이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기획취재를 계기로 서울시를 비롯한 서울시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 등에 전국 지하철 역사와 지하공간에 대한 공기질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전국부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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