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환경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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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28 09:23

'건강한 집'이 세상을 바꾼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비염·두통·알레르기 등 '환경병' 벗어나야 건강한 생활 친환경 건축, 자연통풍 활성화를

지난 2~3년 전부터 주택환경 오염문제가 조금씩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학계와 정부까지 이를 공식적인 사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신기술로 만들어진 건축자재와 마감재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 때문에 거주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5월 30일부터 시행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을 통해 본격적인 실내환경 오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또 지난 5월 13일 환경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새로 지은 집에서는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일본 기준치보다 높으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감소된다는 사실이 확인돼 정부가 공식적으로 ‘새집증후군’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택환경 오염이 새 집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가구만 새로 들여 놓아도 가족들이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은 이 방증이다. 게다가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오염물질들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직장인 이명석(34)씨는 지난해 봄 오래된 장롱을 버리고 400만원을 들여 붙박이장과 책장을 새로 마련했다. 값비싼 원목 소재를 쓰고 최신 유행에 따라 맞춘 가구라 이씨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하지만 장롱과 책장을 새로 들여 놓고 나서부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심한 재채기와 콧물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씨는 “처음 가구를 들여 놨을 때 약간 이상한 냄새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새 가구니까 그런 것이겠지 싶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의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출근 전 콧물을 닦은 휴지가 수북이 쌓일 정도가 됐다. 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이씨는 전형적인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린 것으로 판명을 받았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불을 자주 빨아 사용하고 젖은 수건을 방안에 걸어 놓았지만 이씨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씨의 경우 새로 들여 놓은 가구가 내뿜은 화학물질 때문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병한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나무뿐이 아니다. 직장인 김인영(27·여)씨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피부가 갈라진다. 특히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김씨는 “주변서도 컴퓨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제법 있다”며 “직업상 컴퓨터를 항상 켜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 늘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는 근본대안 될 수 없어

주택환경의 오염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은 아니다. 실내환경 컨설팅 업체인 이앤에치테크 김우재 팀장은 “바닥제, 벽지, 가구는 물론 컴퓨터를 비롯한 전기제품 등 집안의 여러 가지 물건에서 오염 물질이 방출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에는 최근 들어 주택오염도를 측정해 달라는 주문이 부쩍 늘었다. 김 팀장은 “새 집에 입주하는 사람과 인테리어를 바꾼 가정은 물론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도 오염도 측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택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택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기청정학회에서는 건축자재에 대한 친환경인증제를 도입해 ‘친환경건축자재’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회사들은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할 경우 시공 단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설·건축자재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친환경 건축자재로 시공했을 경우 30평 주택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480만원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김윤신 교수(실내환경학회 회장)는 “실제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의 분양가가 수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몇백만원 더 올라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주택환경 개선에 가장 큰 열쇠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쥐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광촉매’와 ‘공기청정기’ 등 실내환경 개선을 표방한 산업도 확장 추세에 있다. 광촉매란 햇빛이나 형광등을 쬐면 산화작용을 일으켜 환경호르몬이나 유해물질을 무기물로 분해하는 신물질이다. 그러나 광촉매가 실내 오염 물질의 양을 줄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환경정의 이진우 간사는 “화학물질을 억제하기 위해 그 위에 또다른 화학물질을 덧바르는 대응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또한 공기청정기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진우 간사는 “공기청정기는 실내환경 개선을 위한 보조적인 장치일 뿐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며 “자연 환기와 친환경적인 처방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웰빙 아닌 친환경 마인드로 전환을

주택의 오염물질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학계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비염, 두통, 알레르기 등 다양한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으면 담당의사들은 환자의 증세에 따라 각각의 처방을 내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데 소홀했다.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는 “1970~1980년대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복합화학물질과민증이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주택 질병에 대한 실체를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한 주택환경 개선 작업을 주장하고 있다. 실내공기 정화식물을 키우고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좋은 숯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실내환경 개선 작업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상업적인 ‘웰빙’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주부모임인 환경정의 산하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유정옥(유해화학물질 분과장)씨는 “친환경상품으로 둔갑한 비싼 기계제품과 물건으로 주택 오염물질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화학적인 원인으로 생겨난 문제는 몸이 불편하더라도 소비를 줄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